
▲ 김정진 목사
해마다 주일학교 여름철 행사가 시작되면, 각 부서마다 개회예배 설교나 특강에 교장 목사를 초대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유치부부터 성경학교가 시작되었고 개회예배 강사로 부름을 받았다. 오래 전에 주일학교 부서를 섬길 때 사용했던 설교집도 찾아보고, 인터넷도 뒤져보고, 심지어 누렇게 바랜 계단공과까지 찾아내어 넘겨본다. 그러다가 문득 내 모습이 참 우습다는 생각이 든다.
“27살 때부터 지금까지 23년째 거의 매주 거르지 않고 설교를 했는데 유치부 여름성경학교 개회예배 설교 10분을 놓고 이렇게 부산을 떨고 있다니. 아니지! 요즘 아이들이 보통 아이들인가? 기어 다니면서부터 스마트폰을 만지는 스마트(smart)한 아이들이 아닌가. 아이들의 혼을 쏙 빼놓는 영상물들이 얼마나 많은가? 적어도 북성교회 교장선생님이 전해주신 평생을 잊지 않고 마음에 담을 강한 임펙트-도전과 은혜-를 주어야 하지 않을까?”
토요일 아침 10시에 개회예배인데 금요일 저녁까지 가닥이 잡히지 않았다. 잠자리에 들려고 기도하는데 문득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림 설교를 하자!”
창세기 1장 1절을 본문으로 ‘하나님이 만드셨어요’라는 제목으로 그림설교를 했다. 해도 그리고, 구름도 그리고, 새도 그리고, 나무도 그리고, 토끼도 사람도 그렸다. 그리는 캐릭터마다 척척 맞추며 하나님이 만드셨다고 외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설교하는 나 자신이 큰 은혜를 받았다.
사실 나는 그림에 소질이 있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그림을 꽤 잘 그려서 선생님으로부터 미술대학 가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림은 언제나 내 마음 한 켠에 놓여 있는 빈 화분 같다. 흙을 담고 씨를 심고 물을 주면 싹이 나고 자라서 작은 꽃송이 몇 개쯤은 열릴, 그런 화분 같다. 어쩌면 먼 훗날 내 안의 그 화분에 꽃을 피워 보겠다며, 연필과 스케치북을 넣은 배낭을 메고 자전거 여행을 떠날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유치부 아이들은 스마트폰에 익숙한 모습도, 뽀로로에 열광하는 모습도 아니었다. 교장 목사님의 그림설교에 눈빛을 반짝이며 “하나님이 만드셨어요.”를 또박또박 외치는 십자가의 군병들이었다. 그 아이들의 얼굴에서 다니엘과 에스더, 다윗과 한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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